약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안 되는 이유와 하수처리장을 통과하는 약 성분, 건강기능식품 처리 기준
약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안 되는 이유와 하수처리장을 통과하는 약 성분, 건강기능식품 처리 기준
변기에 약을 흘려보내도 괜찮을 것 같은 감각은, 하수처리장을 만능 필터로 상상하는 데서 옵니다.
뭘 넣든 저쪽 끝에서 깨끗하게 나온다는 그림이죠.
하수처리장은 실제로 많은 것을 걸러냅니다. 다만 그 목록에 약 성분이 들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남은 약을 어디에 버리든 같은 곳으로 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안 되는 이유
분류상 이미 일반 쓰레기가 아닙니다.
가정에서 사용하고 남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은 폐기물관리법상 별도로 관리되는 유해 폐기물로 규정돼 있습니다.
종량제 봉투에 넣는 순간 분류 체계를 벗어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는 그 이유를 두 갈래 경로로 설명합니다.
가정에서 나온 약이 매립되거나 도시하수로 배출되면 공기와 토양, 수질 오염을 유발해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경로가 둘로 나뉘는 지점이 중요합니다. 종량제 봉투는 매립 경로로, 변기와 싱크대는 하수 경로로 이어집니다.
두 경로 모두 최종적으로 환경에 닿습니다. 방향만 다릅니다.
| 버리는 곳 | 이어지는 경로 | 닿는 곳 |
|---|---|---|
| 종량제 봉투 | 매립 | 토양·수질 |
| 변기·싱크대 | 도시하수 | 하천·수질 |
| 폐의약품 수거함 | 지정 장소 운반 후 소각 | 별도 처리 |
그래서 수거된 폐의약품은 지정된 장소로 운반되어 소각됩니다.
매립도 하수도 아닌 세 번째 경로를 따로 만들어 둔 것입니다. 별도 수거함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반 쓰레기와 다르게 취급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정보입니다.
행정이 별도 회수 체계를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듭니다. 그 비용을 감수하고 경로를 나눠 둔 항목이라면, 섞였을 때의 문제가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경로를 하나 더 만들어 둔 이 부분은 다르게도 읽힙니다.
회수하고, 운반하고, 소각하는 라인을 따로 유지하는 데는 계속 돈이 들어갑니다. 물건을 다뤄 본 쪽에서 보면 이런 라인은 웬만하면 안 만들게 됩니다. 통합하면 싸지니까요.
그런데도 굳이 쪼개 뒀습니다.
섞였을 때 치르는 값이 유지비보다 크다고 계산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수처리장을 통과하는 약 성분
하수처리 공정은 약 성분을 제거하도록 설계된 시설이 아닙니다.
이것은 추정이 아니라 측정된 사실에 가깝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4대강 하천수 20개 지점과 하수처리장·축산폐수처리장의 유입수 및 방류수(처리를 마치고 내보내는 물) 20개 지점을 대상으로, 인체용과 동물용을 포함한 의약물질 17개 항목의 노출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대상에 방류수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 이 문제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처리를 거친 뒤의 물을 확인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더 구체적인 결과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와 하천을 함께 분석한 연구에서 나옵니다.
방류수, 상류 하천수, 하류 하천수 세 지점에서 항생제 내성유전자(세균이 항생제를 견디게 하는 유전 정보)와 그 전파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134~183개 검출됐고, 방류수에서 그 수와 양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수치의 방향을 뒤집어 읽어야 합니다.
처리를 마치고 나온 물에서 가장 높다는 것은, 처리 과정이 이 항목을 줄이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연구는 방류수에서 총 세균 수가 오히려 가장 적게 검출됐다는 점도 함께 보고합니다.
소독 과정에서 세균은 줄었지만, 죽은 세균에 들어 있던 유전자는 남아 검출됐다는 해석입니다. 세균을 없애는 것과 세균이 지녔던 유전 정보를 없애는 것이 다른 문제라는 뜻이죠.
하수처리장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유물과 유기물, 병원성 미생물을 줄이는 것이 이 시설의 임무이고, 그 임무는 수행됩니다.
다만 미량으로 녹아 있는 약 성분과 유전 물질은 애초에 그 임무 목록에 없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수처리 공정 중의 항생제 내성인자 분석과 관리 자체를 별도 연구 과제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미 해결된 문제라면 연구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오독이 자주 생깁니다.
못 걸러낸다는 말을 부실하다는 말로 옮겨 적는 것이죠. 방향이 다릅니다.
필터는 걸러낼 대상을 정해두고 만든 물건입니다.
러닝 양말이 발목을 잡아준다고 해서 발목 부상을 다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그 목적으로 짜인 물건이 아니니까요.
성능이 나쁜 게 아니라 담당이 아닌 것입니다.
맡은 일은 하고 있고, 다만 그 일 목록에 이 항목이 안 들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처리장이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기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쪽에 가깝습니다.
문제의 규모는 대응 체계의 크기에서도 드러납니다.
항생제 내성균에 대응하기 위한 원헬스 다부처 공동사업에는 질병관리청을 주관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까지 7개 부처가 참여합니다.
사람과 동물, 환경, 식품을 하나로 묶어 보는 접근입니다.
부처가 일곱이라는 것은 이 문제가 어느 한 부처의 관할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먹은 약이 하수로, 하수가 하천으로, 하천이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오는 순환에는 담당 부처의 경계가 없습니다.
개인의 배출 행위가 환경 문제로 확장되는 구조도 같은 순환 위에 놓여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처리 기준
생김새로 판단하면 절반은 틀립니다.
비타민, 홍삼, 자양강장제는 알약이나 병 형태로 유통되지만 폐의약품 수거 대상이 아닙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는 것이 맞습니다. 수거함에 넣으면 오히려 잘못 배출한 것이 됩니다.
기준은 형태가 아니라 법적 분류입니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은 규제 체계가 다르고, 그 차이가 폐기 단계까지 이어집니다. 폐의약품이 별도 경로를 갖는 근거는 폐기물관리법상의 분류에 있으므로, 그 분류에 속하지 않는 품목은 별도 경로를 탈 이유가 없습니다.
| 수거함에서 빠지는 항목 | 빠지는 이유 |
|---|---|
| 비타민·홍삼·자양강장제 | 법적 분류가 다름 (건강기능식품) |
| 약 포장재 | 내용물과 함께 소각할 대상이 아님 |
| 주사바늘·혈당침 | 수거함 파손·수거자 부상 위험 (안전) |
세 항목이 빠지는 이유가 각각 다릅니다.
건강기능식품은 분류가 달라서, 포장재는 처리해야 할 성분이 없어서, 날카로운 기구는 안전 문제 때문에 빠집니다.
하나의 원칙에서 파생된 예외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 개의 이유가 한 목록에 모여 있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외우려고 하면 잘 안 외워집니다. 규칙이 아니라 사례 모음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걸 이렇게 정리해 뒀습니다.
몸이 흡수하라고 만든 성분이면 소각 라인, 아니면 일반 라인. 예외까지 다 커버하지는 못해도, 서랍 앞에서 5초 만에 갈라야 할 때는 이 정도 기준이 실제로 굴러갑니다.
이 회수 체계를 환경 캠페인으로만 읽으면 범위를 좁게 잡게 됩니다.
하천에서 내성 관련 유전자가 검출되는 문제는 생태계에서 멈추지 않고, 항생제가 듣지 않는 상황으로 사람에게 돌아옵니다. 7개 부처가 사람과 동물, 환경을 한 묶음으로 다루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서랍 속 약을 어디에 넣느냐는 분리배출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순환의 입구에 해당합니다.
정수기 필터를 갈지 않고 몇 년을 쓰는 집이 있습니다. 물은 계속 나옵니다.
나온다는 것과 걸러졌다는 건 다른 말이고요.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이 목적이며, 의학적 진단·처방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거나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약사와 상담하세요.
참고 및 출처
· 기후에너지환경부 카드뉴스 「약 버리는 법」
· 국립환경과학원 「환경 중 의약물질 분석방법 연구 및 노출실태조사」
· 「하수처리장 방류수에 존재하는 항생제 내성인자가 하천에 미치는 영향」
· 국립보건연구원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다부처 공동대응사업」
· 서울시 미디어허브 「폐의약품, 수거함에 양보하세요」
